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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의 정교함과 전통 도구, 재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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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상감기법과 인레이 기법의 미세한 차이와 제작 도구, 재료 연구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의 탄생과 역사적 배경

고려청자는 10세기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도자기로, 은은한 청색빛을 띠는 비색과 세밀한 문양 표현으로 동시대 송나라, 원나라 도자기와 차별화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뤘습니다. 특히 상감기법인레이 기법은 고려청자의 가치를 극대화한 장식법으로, 현대에도 많은 도자기 장인과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전통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상감기법은 고려 12세기경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표면에 문양을 새긴 후 다른 색의 점토를 채워 넣어 유약을 입히고 가마에 구워내는 방식입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문양과 반복적인 무늬가 주를 이루었으나,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복잡하고 세밀한 문양으로 표현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와 유사한 인레이 기법은 상감과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문양을 새기되, 그 깊이와 폭, 문양의 음영 표현까지 고려하여 채워 넣고, 더 세밀하게 문양 테두리를 정돈하는 작업이 추가된 방식입니다. 인레이 기법은 상감보다 한 단계 발전된 기술로, 복잡한 문양과 자연스러운 농담(명암) 효과, 입체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려 인종대(1122~1146)를 전후해 상감기법이 널리 확산되었고, 이후 인종 말 의종 초에 이르러 인레이 기법이 탄생하며, 운학문, 연화문, 국화문, 파도문 등 다양한 정교한 문양들이 인레이 방식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고려청자가 예술적 정점에 이른 시기로 평가되며, 인레이 기법은 귀족용, 왕실용 청자의 주된 장식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상감기법과 인레이 기법의 제작 방식
고려청자 상가기법

상감기법과 인레이 기법의 제작 방식 차이

상감기법은 도자기 표면에 문양을 새긴 뒤, 다른 색 점토를 채워 넣고 문양이 남도록 표면을 정리하여 유약을 입히고 소성하는 방식입니다. 문양을 새기는 과정에서 주로 날카로운 조각칼송곳이 사용되며, 무늬의 크기나 선의 굵기에 따라 도구를 달리합니다. 문양을 새긴 뒤 백토, 흑토, 홍토 중 하나를 채워 넣는데, 재료의 점성이 높지 않도록 물과 섞어 반죽한 후 채워 넣습니다. 이후 표면을 물로 닦아내고 마감하여 유약을 바르고 굽습니다.

 

인레이 기법은 이러한 상감기법을 기반으로 하지만, 문양의 테두리와 내부 깊이를 달리하여 문양마다 농담 효과를 넣고 입체감을 연출하는 차별화된 방법입니다. 특히 문양의 안쪽과 바깥쪽 깊이를 조절하고, 색상 재료를 채워 넣는 과정에서도 점토의 농도를 달리하거나, 문양 안쪽을 세필칼로 다듬어 테두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정교하게 다듬습니다.

또한 인레이 기법은 문양의 입체감을 위해 새긴 깊이, 재료의 양, 채워 넣는 점토의 점도 등을 섬세하게 조절하여, 굽기 전에도 입체적인 문양이 드러나게 제작합니다. 이는 상감이 평면적인 느낌에 그쳤다면, 인레이 기법은 음영과 깊이감을 통해 한층 더 조각적인 느낌을 주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감과 인레이의 차이는 단순히 문양을 채워 넣는 과정의 유사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깊이와 감각적인 차이에 있습니다.

특히 인레이는 왕실 의례용 도자기나 귀족의 사치품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유물들에서도 그 섬세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에 사용된 도구와 재료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의 완성도를 좌우한 것은 무엇보다 정교한 제작 도구와 고급 재료였습니다. 당시 장인들은 문양의 굵기, 형태, 길이에 따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였습니다. 대표적인 도구로는 날카로운 세필 조각칼, 평칼, 곡선칼, 송곳, 패턴 브러시가 있으며, 특히 인레이 기법에서는 머리카락 굵기의 초세필 조각칼이 사용되어 미세한 선묘 표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문양을 채워 넣는 재료로는 백토(하얀색 점토), 흑토(검은색 점토), **홍토(붉은색 점토)**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이 점토들은 점성을 조절하기 위해 고운 체에 걸러 이물질을 제거한 뒤, 물과 섞어 적절한 농도로 반죽하였습니다. 특히 인레이 기법에서는 문양의 음영과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같은 색 점토라도 농도를 달리하여 문양의 앞뒤를 표현하는 섬세함이 요구되었습니다.

또한 문양에 점토를 채워 넣은 뒤에는 부드러운 동물털 브러시로 표면을 정리하고, 문양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문지르거나, 물을 적신 천으로 가볍게 닦아내어 문양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다듬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문양의 경계선이 흐트러짐 없이 선명하게 나타나며, 이후 유약을 고르게 입혀 고온의 가마에서 소성하게 됩니다.

당시 고려 장인들은 유약 제조에도 특별한 기술을 적용하여 은은한 비색을 표현하였습니다. 청자 유약은 주로 나무재와 흙, 석회석을 섞어 만든 투명 유약으로, 소성 온도와 가마 내부의 환원염소성 분위기에 따라 미세하게 색조가 달라졌습니다. 인레이 기법의 문양과 비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재료와 소성 기술의 결합 덕분이었습니다.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의 문양과 장식적 특징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의 가장 큰 특징은 회화적인 문양 표현과 섬세한 음영 표현입니다. 문양은 식물문(연화문, 국화문), 동물문(운학문), 자연문(파도문) 등이 대표적이며, 각 문양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운학문은 구름과 학의 모습을 표현하여 장수와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학의 깃털이나 구름의 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초세필 조각칼을 이용하여 0.5mm 이내의 가느다란 선을 새기고, 색토를 다르게 사용하여 농담 효과를 주었습니다. 또한 문양 테두리를 따라 농도가 진한 점토를 채우고, 중앙에는 묽은 점토를 넣어 음영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연화문은 연꽃의 꽃잎과 줄기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꽃잎의 결까지도 표현하는 고난도의 기법이었습니다. 연꽃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꽃잎 테두리는 진한 흑토로, 안쪽은 백토로 채워 비색과 대비되게 제작하였고, 그 안쪽에 점토 농도를 조절해 그라데이션 효과를 표현하는 방식이 인레이 기법의 정점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은 문양의 세부 묘사와 음영 표현, 문양의 조화로움, 비색과의 색조 대비를 통해 회화적이고 조각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였습니다.

현대에서의 복원과 인레이 기법의 계승

오늘날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은 단순히 유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도예가와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복원과 계승에 나서고 있는 전통 기법입니다. 국내 강진, 부안, 해남 지역에서는 고려청자 가마터 복원과 전통 제작법 재현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대 장인들은 고려 시대 방식 그대로 도구와 재료를 복원해 인레이 기법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 도자기 명장 인증제, 도예대학 및 공방 과정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이 기법을 전수하고 있으며, 인레이 기법의 섬세함을 응용해 현대 장식품, 예술 도자기, 공예품 등으로 재해석하여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 청자 재현전, 도예전문 박람회,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 등을 통해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으며, 학술적으로도 재료 분석과 도구 재현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 고려청자 인레이 기법은 한국 전통공예의 정수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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